글쓴이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
「장애인권리보장법」 도대체 뭐길래?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와 관련한 여러 법률 중에 여러분들이 아는 법률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는 장애인복지법이 있고, 활동지원, 연금, 이동, 주거, 교육, 건강 등 각 권리의 영역별로 규정한 법률과 발달장애인법이나 정신건강복지법 등과 같이 특정 장애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그리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있습니다. 장애 관련 많은 법률은 결국 “장애”를 어떤 개념으로, 혹은 어느 범주까지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서 법의 목적, 지원대상, 법률의 구성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장애인 관련 법률들은 모두 「장애인복지법」을 모법으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해 왔습니다. 즉, 의료적인 관점에서 장애를 정의하고,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정의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정신적 특성 등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일상생활 또는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로 규정하였습니다. 즉 장애를 사회적 개념으로 장애를 바라봄으로써,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환경이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확히 한 법률입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들을 국내 실정법 안에 넣음으로서 우리나라의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모든 장애인 관련 법령에서 상위 규범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으로 ‘탈시설권리’가 법 문화 되다!
2013년에 시작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 운동은 13년이 지난 2026년에 이르러서야 성과를 낼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마지막에는 “탈시설권리”를 법에 넣을것이냐 말것이냐가 법 제정의 최고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탈시설권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탈시설권리가 법문화되는 것이 당장 시설이 폐쇄되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거리로 내몰리거나 가족의 부양책임으로 떠 안게 된다는 듯 왜곡하였고, 그 왜곡에 손을 든 일부 정치인들의 무지함이 (무지한 게 아니었다면 비양심인 셈이다) 법제정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탈시설 장애인들의 투쟁은 왜곡과 혐오를 넘어,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권리를 법에 명시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굳이 당연한 권리를 법안에 넣어야 보장되나 싶을 정도이지만, 이마저도 치열한 투쟁이 동반되어야 겨우 법에 명시된다는 현실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권리보장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이제 시작이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어느 투쟁의 현장에서나 듣게 되는 슬로건입니다. 법 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 없는 법안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법률에는 재정적 구속력을 가진 법문을 넣고자 합니다. 그러면 정부(기획재정부)는 그 법안 제정을 반대합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도 마찬가지인지라, 예산 수반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법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실효적인 법이 되려면, 강제력 있는 권리구제 절차나 처벌, 시행명령 등의 실효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법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 권리옹호체계나 국가장애인위원회 등 권한을 강화하는 법률이 빠진 채로 제정되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또한 법의 시행은 2년 후 인지라 그 사이에 만들어질 시행령과 시행 규칙에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시행령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본 법안에는 추상적이고 뭉뚱그려진 내용만 넣고, 실제 실행하는 법 문구는 시행령안으로 넣는다는 뜻이며, 본 법안은 국회에서 만들어지지만, 시행령과 시행 규칙은 정부가 주도하여 만들기 때문에 정부는 본법안은 추상적으로 만들게 하고, 자신들이 만들 권한이 있는 시행령에서 권리를 깎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예산, 법적구속력, 본 법의 권리를 충분히 실현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도록 하는 일. 이제 법은 제정되었지만 우리가 계속 투쟁해야 할 이유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바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이 그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