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이정하 활동가
21대 국회가 보장하지 못한 ‘탈시설권리’가 서울시에서도 폐지되었습니다. 2022년 6월 제정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조례’는 장애인의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위한 근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지역사회 준비가 부족해 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시설정책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 대상이 되었습니다.
서울시 의회 밖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탈시설당사자가 염원하고, 장애당사자의 가족이 호소해도 그저 탈시설은 부정적이다, 시설도 선택권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탈시설지원조례를 폐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이 아닌 윤석열 정부의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자립지원"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했으며, 시설입소를 강화하는 “자립지원 절차 개악안”과 “가정형 보호” 시설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탈시설권리 폐지 사태는 22대 국회가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으로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탈시설 개념 삭제와 시설정책 유지 기조가 지방정부의 시설정책을 강화한 것에 대한 책임입니다.
“장애인탈시설지원조례”는 서울시 탈시설당사자의 오랜 투쟁으로, 염원으로 한 조항 한 조항 치열하게 얻어낸 ‘탈시설권리’를 명시한 조례였습니다. 조례란, 헌법 제117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안에서 제정하는 자치입법입니다. 헌법,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에 명시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입법은 찬반 투표아닌, 탈시설당사자가 십수년간 침해당해 온 인권을 회복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합니다.
차별주의적인 ‘주민발의’에서 시작된 “장애인탈시설지원조례”폐지 추진 과정 또한 ‘탈시설권리’에 대한 심각한 탄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조례 폐지 이전부터 탈시설관련 사업을 중단하고 시설예산으로 전환했고,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인 장애당사자들은 세뇌당한 장애인으로 치부하거나 일자리를 빼앗았습니다.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확산된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촉구 주민 서명은 결국 탈시설당사자에 대한 탄압으로 “삶”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주택이 뒤섞인 조항을 가진 ‘자립생활지원조례 개정안’은 ‘탈시설’개념 뿐 아니라 ‘자립생활’ 마저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자립지원 조례마저 시설지원 조례로 둔갑하지 않도록 더 명확한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를 담은 조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의행정, 서울시의회, 누군가를 차별하는 주민들이 일사천리로 인권을 보장하는 조례들을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이자 명확한 한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해야하고 모든 입법에 있어 탈시설개념을 분명히 해야할 것입니다.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폐지로 인해 우리는 전국적인 탈시설당사자의 투쟁이 필요해졌습니다.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탈시설당사자의 오랜 염원과 가족의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탈시설가이드라인에 기반한 더욱 강력한 조례와 법 제정 투쟁을 함께 이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