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진짜 파리 가는거야?(웅성웅성)
2024 파리 패럴림픽이 열렸던 8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를 포함한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함께 하는 약 40여명의 장애, 비장애 활동가들이 유럽에 방문했습니다.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2주간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여 장애인권리를 약탈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각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단체를 만나 서로의 활동들을 공유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파리 특사단 투쟁이 2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마음을 끌어안아 2주간의 해외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비행기… 쉽지 않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회원단체인 노들장애인야학, 김포장애인야학의 활동가들과 함께 이동하고, 장애인 교육과 관련된 단체들도 방문하는 활동들을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준비부터 순탄치 않았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공항에서 마주하는 많은 직원들에게 이 전동휠체어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기준에 맞는 휠체어이며, 나는 이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앞까지 간 후, 기내휠체어로 갈아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만나는 직원에게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이동을 보조하는 호이스트 보조기기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기 위해서는 이 물건이 어떤 용도인지, 사이즈, 무게, 배터리 종류를 이야기한 후 직접 포장을 완료한 후에야 비행기 화물칸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유럽 내 이동 중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는 비행기 하차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를 폭력적으로 분리하며 차별행위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베를린에서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한국은 그래도 말이 통하니 다행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파란만장 유럽이었답니다. (참조 : 비마이너 베를린 공항,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강제 분리… 특사단 “명백한 장애인 차별”
장애인 당사자의 비행기 이동권과 보조기기 이동권 보장을 위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계속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사단의 후기는 전장연TV [전장연과 달보기] 영상으로 함께 보시죠 !
장애인평생교육, 유럽은 어떨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노르웨이 문화청, STATPED&Diamanten school, 교통공사 RUTER 총 3개의 단체를 만났습니다. (단체별 자세한 내용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가 정리한 카드뉴스를 참고해주세요
노르웨이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의 모든 생애별 주기를 포괄하고 있었습니다. No one left behind라는 노르웨이 교육부의 모토에 따라 모든 장애학생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야하고, 모든 책임은 국가가 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특수교육은 통합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특수학교는 폐지되었고, 기본적으로는 통합학급에서 특수교사가 1:1 혹은 그룹으로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당사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특수학교를 운영하는데(시청각 중복장애 등), 특수학교의 경우 학생 1명당 교사 및 지원인력이 3명까지 지원되고 있어 한국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장애인교육 정책은 학령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교육체계는 초등학교부터 성인기까지 장애학생의 전체적인 인생계획을 당사자와 학교 그리고 조력자들이 함께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지체계와 지역 행정체계가 함께 협력한다고 합니다. 학령기 교육부터 성인기교육까지 장애인교육에 대한 총괄적인 체계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레벤스힐페와 아스피라는 단체를 만났습니다.
연방정부인 독일은 지역별로 각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장애인 교육정책은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통합교육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교육 지원인력이 지원됩니다.
원칙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교육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합교육이 완전하게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는데, 여전히 특수학교가 선택지로 남아있으며,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부모가 직접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괜찮다는) 서류를 작성함으로써 합법적으로 교육시스템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등급의 졸업장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는 졸업 이후 취업이나 대학진학에서 큰 불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성인 장애인의 평생교육은 VHS라는 공공 성인교육기관에서 이뤄집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은 VHS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장애인 학습자를 위한 쉬운 교육과정을 제공하거나 국가가 교육 지원인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독일인권연구소 UNCRPD 모니터링 사무국(온라인), CLE, APF라는 단체들을 만났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났던 장애인 단체들에 따르면, 프랑스의 장애인 인권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20만명이(르몽드에 따르면 50만명)이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으며, 성인 장애인의 취업 프로젝트가 있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APF에 따르면 프랑스의 장애인들도 학령기에는 통합교육을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지만 학령기가 지나는 순간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시설로 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기의 활동을 위한 장애인야학과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유럽? 별 거 없네!
사실… 유럽은 한국과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장애인야학의 학생들처럼 연고가 없거나, 시설에서 살고 있거나 혹은 탈시설을 한 장애성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학령기에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통합교육을 포함한 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세 나라의 장애인 단체들을 만나면서 점점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야학운동,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투쟁을 포함한 장애인권리투쟁들은 바로, 장애인이 감옥같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면서 활동가들이 만들어냈던 결과들이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매일매일 곳곳에서 진행되는 장애인권리투쟁이 참 중요하고 의미있다는 것을요.
우리는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평생교육과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탈시설/중증장애성인의 지역사회 자립 모델로서 유럽에 제안하고자 합니다. 투쟁과 저항을 배우는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은 장애성인 당사자들에게 지역사회 네트워크로서 어떤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잘 기록하여 연말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2024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결과보고서> 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New Citizenship, Against Ableism, Beyond Discrimination!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