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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가 들끓는 땅바닥에 우리 몸을 엎드리기까지

우리의 의지를 정책으로 실현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묶어주는 오체투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백선영 조직국장

작년 여름, 처음으로 오체투지를 시작했을 때 전국에서 600여명이 한꺼번에 몸을 굽히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우리의 엄중한 몸짓이며 간절하고도 묵직한 한 방이라는 생각 이면에는, 솔직히 실무자로서 어떻게 투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600명이 한꺼번에 사고 없이 오체투지를 잘 할 수 있을까” 목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내내 여기에만 매달리고 있었으니.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고 오체투지 투쟁은 전국을 순회하며 각 지역의 회원들이 참여하는 부모연대의 시그니쳐 투쟁으로 확대되었다.
이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생각해보니 오체투지는 어딘가를 타격하는 투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몸을 괴롭히는 투쟁이다. 앞을 이끄는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투쟁이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몸으로 결의하는 투쟁이다. 우리의 투쟁력은 올 해 5월,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극에 달했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죽이지 말고 우리의 권리를, 국가의 책무를 당당히 요구하자!”
이 절박한 외침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데 전국의 5천여명의 회원들이 주저함 없이 참여했다. 청주의 참사 이전까지 근 2년간 23건의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가 기록되었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참사는 정부 정책의 실패와 사회의 지독한 편견•차별•고립에 따른 인권 재난-사회적 재난임을 주장하는 우리의 요구와 의제를 전달하는 통로로써, 오체투지만한 투쟁이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몸짓은 발달장애인 권리를 주체적으로 확보하고 지원서비스를 확고하게 강제하는 발달장애인법 전부개정, 통합교육의 기반을 보다 촘촘히 다지는 특수교육법 전부개정 등의 국회 논의를 이끄는데에도 주요 동력이 되었다.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자, 일하자, 자립해서 살자” 우리는 한 몸으로 외쳤다.

‘교실 밖으로 쫓겨나고 싶지 않다, 엄마가 대기조가 되어 교실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현실을 바꾸자’며 장애 학생 교육권 운동에서 출발한 부모연대이지만, 여전히 교육권은 제자리 아니 후퇴하고 있다. 스스로 경제생활을 하고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하는 발달장애인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제도적으로 요구하는 움직임도 당사자와 가족들의 몫으로 요구해왔었다. 그러나 교육, 노동, 각종 복지서비스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부모의 몫으로 돌아오는 돌봄과 지원의 책임이 남는다. 이제 이를 국가에 묻는 투쟁을 벌이려 한다. 자립생활권은 부모연대가 요구해 온 ‘발달장애인 전 생애 지원체계 구축’의 완성적 요구이다.
발달장애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로 작용한다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누려야 할 권리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뜻과 같다. 엎드리는 몸으로 우리를 밀어내는 세상을 멈추는, 오체투지의 속도로 비장애 중심의 세상에 균열을 내는 투쟁, 내 몸에 새기는 고통 만큼 가족으로서 나의 변화, 집단적 몸부림으로 새기는 공동체와 사회의 변화를 추동해내는 중요한 계기점.
아무리 뜨거운 아스팔트에도 굴하지 않았던 부모연대의 오체투지, 기다리시라. 한층 버전업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