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신입 활동가 혜원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이규식 대표님이 신입활동가 교육을 하셨습니다. 그 때 왜 활동가를 하나요, 그것도 전장연에서? 장애인도 아닌데? 하고 물어보신 적이 있습니다. 영리 기업에서 일할 때는 제가 알고 있는 상식과 가치가 이상한 것 같이 느껴졌고, 자본주의와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의 상사와 동료들이 싫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을 싫어하고 싶지 않아 비영리 단체로 삶의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왜 요즘 각광 받는 이동권 투쟁이나 탈시설이 아니라 교육이냐 물으신다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집에서 대학을 졸업한 최초의 여자입니다. 이 상황을 깨닫고 더 나아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까지 거진 평생이 걸렸습니다. 저를 사랑하신다는 아버지도 딸이니까 뭐든지 해주겠다 하지만 여자니까 대학에는 보내지 않으려 하셨답니다. 제 몫의 적금을 결혼 자금에서 대학 학자금으로 돌렸다는 선심의 소리를 입시를 준비하면서 들었습니다. 90년대 후반 출생인 저는 제가 진학할 거라는 생각에 한 치 의심도 없이 살아왔었습니다. 알고 보니 당연한 것은 없었고 제가 교육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름 모를 페미니스트들 덕분이었습니다.
교육은 제 안의 세계에 번영과 더불어 언어를 선사해줬습니다. 제가 평등교육을 위해 투쟁한 분들께 받은 선물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막연함과 불투명함 앞에서 좌절하지 않을 힘. 길을 찾아내고 나아갈 힘. 역부족을 노래와 춤으로 바꿔낼 힘. 교육을 통해 얻은 이 힘이 저라는 사람을 자립하게 만들고, 일상에서도 매일매일을 꿈꾸게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받은 과분한 선물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육이 주는 힘을 비장애인으로서 독점하기보다 나누어 가져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가는 세상이 온다면 그 사회는 과연 얼마나 다채로울까요?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젠더노소 불문하고 배우러 다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며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입니다.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평생교육이 보장될 수 있길 바라며 장애인평생교육법과 국비 지원을 위해 투쟁하겠습니다. 저라는 한 사람의 동참으로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어 당연히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당연히 학교를 다니고, 당연히 미래를 준비하며 꿈꿀 수 있는 세상이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