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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겨울잠 깬 개구리도 ‘투쟁’이라 운다

세계장애인의 날이자 내란의 밤으로부터 어느덧 100일이 훌쩍 지나 탄핵을 이뤄냈습니다!
봄기운이 만연해진 3월의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투쟁기를 공유드립니다~
장애인교육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3.1절 일본 1박2일 원정투쟁에 나섰던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이하 전장야협) 박경석 이사장은 일본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며 항공 탑승 자체를 차단당해버렸습니다.
그렇게 공항에서 돌아오게 된 전국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과 조희은 활동가가 굴하지 않고 향한 곳은 국회의사당역이었습니다. 현재 22대 국회 교육위원회에 안건으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올라와 있답니다. 허나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분리교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으로 인해 의결에 부쳐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분리교육이 진행되어 교육권을 침해당했던 야학 학생들과 야학의 교장, 활동가 23명의 삭발식을 기점으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권리 팔만대장경 농성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른쪽부터)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학생 이정모, 전봉수, 안희, 김철수, 선생님 구보경, 학생 이상근, 선생님 조계숙, 학생 김태완, 교장 조민제
(오른쪽부터) 전주 다온장애인평생교육원 김선귀, 춘천 호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배재현, 원주 반딧불장애인야학의 학생 김희철, 권오승, 장인환
전국에서 동참해주신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권리 팔만대장경 엽서 쓰기와 22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세 당사 앞에서 진행된 피켓팅은 삭발식이 있던 3월 4일부터 3월 13일까지 지속되었습니다. 권리 팔만대장경 엽서 작성에 참여해주신 곳은 비단 장애인 야학과 평생교육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권리노동자들과 세종호텔 복직 투쟁 노동자, 말벌동지까지 다양했습니다.
(왼쪽부터)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이자 삭발자인 장애경, 활동지원사와 함께 권리 팔만대장경 엽서를 쓰는 모습
권리 팔만대장경 마지막날, 이 날 국회의사당역에는 8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해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촉구를 담은 권리 팔만대장경 엽서를 제작하였다
2주간의 농성이 끝나는 마지막 날 화창해진 햇살 아래서 보고대회를 하였습니다. 평생을 외쳐도 부족한 장애인평생교육법의 필요성에 대해 장애인야학의 학생이었던, 학생인 장애인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왼쪽부터) 노들장애인야학, 김포장애인야학, 이천희망품은장애인야학의 학생들과 야학 출신 활동가들
여전히 20년 전 장애인야학이라는 공간이 생길 때와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배우고 싶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는 변화의 직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갇히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분리 교육을 받느라 이루지 못한 교육 받는 삶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장애인평생교육법이 국회 본회의 바로 전 단계인 상임위원회에 의결 단계에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현재 내란 시국으로 멈춰 있습니다. 정당들은 경복궁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국회의원들이 그 안에 들어 앉아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지요. 민생이 흉흉해지는 것은 비단 내란 때문만이 아닙니다. 탄핵에 이어질 대선 정국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보고대회의 마지막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을 강조하는 붉은색 스프레이 락카를 뿌리는 퍼포먼스
봄에 하는 투쟁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420장애인공동투쟁? 그에 앞서 3월에는 326 결의대회가 있습니다. 이번 결의대회는 2025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의 출범식이기도 합니다. 이번 결의대회는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과 함께 장애인평생교육법 제·개정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촉구하며 행진하는 대오를 광화문 광장대로에서 무의미하게 막아서는 경찰과 대치 중인 동지들
장애인도 사회에서 함께 살자며 행진하는 대오를 막아도 굴하지 않고 행진하는 동지들
‘조선동’의 자립 생활을 위해, 탈시설 지원에 대해 의료적인 관점에서만 책정하는 종로구청 규탄을 위해 종로구청 앞에 모인 동지들
326전국장애인대회 날은 공교롭게도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 800일을 맞아 혜화역에서 힘차게 시작하였습니다. 결의대회에서 시작에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님이 여는 발언을 하시기 위해 올라오실 때 3월 16일 오전 9시40분경 영면하신 故김용섭 대표님의 영장과 함께 하셨던 것과 전국 각지의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표님들이 무대로 올라와 지역의 투쟁 현안을 나누는 시간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무대 위에 함께 선 전장야협 박경석 이사장과 故김용섭 대표
무대 위에서 20여년 간 함께 투쟁하여 만들어진 ‘오늘’이 와서, 앞으로 같이 만들어 갈 ‘내일’이 기대되어서 기분이 좋다는 전장야협 박경석 대표
장애인차별적인 사회로 인해 나눌 투쟁과 결의가 많은 탓에 결의대회가 끝날 쯤에는 해가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식사연대 밥통에서 만들어주신 채개장을 맛있게 비운 뒤, 쌀쌀해진 저녁에는 최옥란 열사 23주기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추모제는 탈시설장애인상 시상식과 함께 진행되었는데요. 이 날 수상자인 박초현 님은 시설우수이용인상을 찢는 과감한 퍼포먼스로 환호를 일으켰습니다.
시설우수이용인상을 찢는 박초현 수상자(왼쪽에서 네 번째 인물)
탈시설장애인상 수상자 박초현에게 호응하며 투쟁하는 객석의 동지들
故최옥란 열사와 장애해방 열사들을 기리는 추모제의 모습
추모제가 끝난 뒤 서울시청 동편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야간 행진, 광화문역 노숙 농성까지 많은 장애해방동지들이 같이 하였습니다. 그렇게 부스스한 아침을 맡고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지하철 선전전과 포체투지가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경복궁역에서 다이인 행동을 진행할 때는 수많은 장애해방동지와 말벌시민들이 함께 연대하는 모습이 용기를 주는 현장이었습니다. 역사 안을 가득 매운 연대의 인파에도 이 날 역시 서울교통공사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은 여전했습니다.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님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에게 다이인을 하는 내내 목을 밟혔지만 그 어떤 즉각적인 의료지원 조치나 사과는 커녕 밟고 있던 발을 치우지 않았습니다. 연대 시민들에게까지 폭력 진압하는 서울교통공사였지만 수많은 시민들의 연대로 저희를 끌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광화문역사 통로에서 울산 태연재활원 인권참사를 알리고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선전하는 동지들. 이들은 이 날 광화문에서 그대로 노숙농성을 하였다.
경복궁 역사 안 석상도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조끼를 입고 지하철 선전전에 참여하고 있다
날이 밝은 뒤 경복궁역 다이인(Die-in)행동을 하던 중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인해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방패로 얼굴이 내려찍어질 뻔 한 것을 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저지로 간신히 모면하였다. 하지만 박경석 전장야협 대표는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발에 목을 장시간 밟혔다.
그렇게 지상으로 올라온 장애해방동지들과 시민들은 서울정부청사 거주시설인권참사 농성장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의대회를 이어갔습니다. 울산 북구 태연재활원에서 발발한 장애인 인권참사가 시설이 지속될 때까지는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 이는 많은 발언자들이 입 모아 말한 내용이었습니다. 탈시설을 넘어 시설폐쇄로! 이러한 메세지를 담아 자유와 해방을 담은 어깨꿈밴드와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님의 노래가 좌중을 사로잡으며 1박 2일 농성투쟁의 막이 내렸습니다.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동지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
윤석열이 탄핵되고 대선을 앞둔 이 시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교육받는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투쟁해요~